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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이익을 내는데도 기업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 — ROIC와 WACC의 관계

roshnirainbow 읽는 시간 약 9분

이익을 내는데도 기업가치가 망가지는 이유

우리는 흔히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순이익이 늘어나면 당연히 그 회사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투자자들은 환호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회사가 매년 수백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가치가 서서히 파괴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현상은 기업의 재무 구조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익을 내는 것을 넘어 그 이익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ROIC와 WACC입니다. 이 두 지표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주식 투자를 할 때 기업을 분석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며, 사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에게는 뼈아픈 실수를 막아주는 나침반이 됩니다.

투자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 ROIC

ROIC는 투하자본이익률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약자입니다.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념은 아주 단순합니다. 회사가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입한 총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순이익을 거두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주주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총 100억 원의 자본을 모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돈으로 공장을 짓고 물건을 팔아서 1년 동안 1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면 이 회사의 ROIC는 15퍼센트가 됩니다. 즉 가지고 있는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려서 돈을 벌어들였는가를 보여주는 성적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표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벌어들인 절대적인 금액의 크기보다 자본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00억 원을 투자해서 100억 원을 버는 회사와 100억 원을 투자해서 20억 원을 버는 회사가 있다면, 절대적인 이익은 전자가 많지만 효율성은 후자가 훨씬 뛰어납니다. ROIC가 높은 기업은 적은 자본으로도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큽니다.

자본의 기회비용을 뜻하는 WACC

WACC는 가중평균자본비용이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 역시 복잡해 보이지만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들어간 전체적인 비용의 평균을 의미합니다. 회사가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 돈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마련됩니다.

첫 번째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타인자본입니다. 이 경우에는 정해진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주식을 발행하여 주주들로부터 투자받는 자기자본입니다. 주주들은 은행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돈을 맡기기 때문에 이들에게 요구되는 기대수익률이 곧 비용이 됩니다.

WACC는 이 두 가지 자금 조달 비용을 회사가 빌린 돈과 투자받은 돈의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주어 평균을 낸 것입니다. 만약 어떤 기업의 WACC가 8퍼센트라면, 이 회사가 사업을 유지하고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매년 8퍼센트 이상의 수익을 거두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두 지표의 만남이 결정하는 기업의 운명

ROIC와 WACC의 개념을 파악했다면 이제 이 둘을 비교할 차례입니다.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지 파괴하는지는 오직 이 두 수치의 크기 비교로 결정됩니다.

ROIC가 WACC보다 높다는 것은 회사가 자본을 조달해 온 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을 그 자본으로 창출해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자금을 빌리고 유지하는 데 8퍼센트의 비용이 드는데 투입한 자본으로 15퍼센트의 이익을 내고 있다면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차액만큼 기업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주주들의 부는 증대됩니다.

반대로 ROIC가 WACC보다 낮아지는 순간 문제가 발생합니다. 10퍼센트의 비용을 들여서 자금을 가져왔는데 그 돈으로 장사를 해서 고작 5퍼센트의 이익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는 겉으로는 이익을 내고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달 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이 가진 내재 가치는 야금야금 깎여나가며 결국 주가 하락과 재무 위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익을 내는데도 가치가 파괴되는 현실 속의 사례

많은 사람들이 회사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면 안전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장치 산업이나 유통업, 혹은 공격적으로 M&A를 진행하는 기업들에서 이러한 착시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거대한 공장을 짓기 위해 수조 원의 빚을 지고 주식을 발행한 제조업체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매년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입니다. 언뜻 보면 엄청난 우량 기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공장을 짓기 위해 끌어온 막대한 자금의 이자와 주주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합친 WACC가 매년 10퍼센트에 달하는데, 실제로 공장을 돌려 얻어내는 수익성인 ROIC는 6퍼센트에 불과하다면 상황은 심각해집니다.

이 회사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있지만 그 돈은 고스란히 비싼 자금 조달 비용을 메우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영진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더 늘릴 때 발생합니다. ROIC가 WACC보다 낮은 상태에서 자본을 더 투입하면 할수록 기업가치는 더욱 빠르게 파괴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투자 현장에서 ROIC와 WACC를 활용하는 방법

일반 투자자가 개별 기업의 WACC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다소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개념을 머릿속에 넣고 기업의 재무제표를 바라보면 기업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는 단순히 순이익 증가율만 보지 말고 투하자본 대비 이익률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우량한 기업들은 대부분 일정한 경제적 해자를 가지고 있어서 WACC를 훨씬 웃돌 만큼 높은 ROIC를 수년 동안 꾸준히 기록합니다. 반면 경기 변동에 매우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ROIC가 들쭉날쭉하며 WACC 주변을 맴돌거나 그 밑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는 기업인지 확인하려면 잉여현금흐름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ROIC가 높으면서도 잉여현금흐름이 꾸준히 창출되는 기업은 벌어들인 돈을 다시 고수익 사업에 재투자하거나 주주환원에 쓸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훌륭한 투자처가 됩니다.

흔히 빠지기 쉬운 오해와 진실

이익이 나면 무조건 좋은 기업이라는 생각은 주식 시장에서 가장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입니다. 회계상 장부상의 이익과 자본 비용을 감안한 경제적 이익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자 비용과 주주들의 기회비용까지 모두 지불하고 나서도 진정으로 남는 이익이 있어야 진짜 돈을 벌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오해는 부채가 전혀 없는 무차입 경영이 무조건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적절한 수준의 부채는 WACC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타인자본 조달 비용이 자기자본보다 대개 낮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채의 유무가 아니라 전체 자본 비용 대비 얼마나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느냐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기업 분석 팁

현명한 투자자들과 재무 전문가들은 기업을 평가할 때 항상 자본의 효율성에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을 때, 경영진이 그 투자를 통해 WACC를 상회하는 ROIC를 낼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성장만을 좇아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는 투자는 결국 기업의 덩치만 키울 뿐 내실을 망가뜨립니다. 덩치가 큰데 주가가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기업들의 상당수가 ROIC와 WACC의 관계를 역행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기업의 매출 성장률뿐만 아니라 자본 효율성 지표의 추세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질문: ROIC는 대략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좋은 기업으로 볼 수 있나요?

답변: 산업의 특성에 따라 기준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다수 우량 기업들의 WACC는 7퍼센트에서 10퍼센트 사이에서 형성됩니다. 따라서 ROIC가 최소한 12퍼센트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며 WACC를 확실하게 웃돌고 있다면 자본 효율성이 매우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질문: ROIC가 낮은 기업은 무조건 투자하지 말아야 하나요?

답변: 현재 ROIC가 낮더라도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거나 신사업 진출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확실한 촉매가 있는 경우라면 반전의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펀더멘털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단순히 저평가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가치 파괴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질문: WACC는 매년 고정되어 있나요?

답변: 그렇지 않습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하락함에 따라 은행 대출 금리가 변동하고, 회사의 주가 변동성에 따라 주주들의 요구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WACC는 매년 바뀝니다. 금리 인상 시기에는 WACC가 높아지므로 기업들이 가치 창출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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